즐거운 성탄절, 그 가운데 드는 생각들. - 받은 은혜들

  몇 달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큰 훈련도 하나 있었고, 여러 평가들, 점검들도 받았었다. 생각보다 빨리, 훅 하고 지나갔던 거 같다. 돌이켜볼려고 해도 정신이 없었던 시간들이라 정리가 잘 안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고 있을 때, 어느새 내게 성탄절이 다가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서 보내는 두번째 성탄절. 군대에서는 마지막 성탄절이다. 교회에서 매년마다 준비하던 것도 있고해서 벌써 몇 주 전부터 군종 서너명이 모여 계속 성탄절 예배 및 행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파트를 맡아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그리 오랫동안 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준비하는 시간은 1-2주 남짓이었던 것 같다.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게 아니었기에, 개인의 시간들을 쪼개어서 힘든 점도 많았고, 서로의 의견이 달라 군종들끼리 살짝 얼굴 붉힌 적도 있다. 이런 류의 일을 오랫동안 해봤던 사람도 있고 별로 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도 있었기에 일에 관한 관점도 제각각이었다. 개인이 각자의 삶속에서 힘들었기에 자신이 커버하기 애매한 부분은 나몰라라하고 서로 떠넘긴 일도 몇 있었다.

  그렇다. 부족했고 부족했고 부족했다.

  그렇게 부족한 가운데... 성탄절이 다 되었다. 성탄절 행사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송을 24일 저녁에 돌았다.(여건이 여건인지라 새벽송이지만 저녁에 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나버렸다. 각 중대 병사들이 하나둘씩 나오더니 반응하는게 아닌가. 그 때 어떤 한 말씀과 함께 내 머리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일은 사람이 계획해도 이끄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구나.'

  부족했지만 그걸로 조금 기운을 얻었다. 그리고 성탄절 저녁 예배를 기대했다. 역사하실 하나님을 바라면서.

  그리고 오늘, 성탄절이 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저녁 6시 반까지 사람들이 오지않았지만, 그래도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는 담담하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나 둘씩 오기 시작했다. 교회가 꽉 찼다. 그들은 모두 상기되어 있었으며 하나같이 들떠보였다. 왠지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간부님들도 몇몇 오셨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들 가운데 말씀을 선포했다. 그들의 심비에 새겨졌는지 그렇지 않은지 나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말씀 전하는 가운데 누구도 잠을 자지 않았으며, 다들 하나같이 주의 깊고 듣고 있었던 사실이다. 정말정말 감사하다.



  대대 군종으로서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던 성탄절 예배 및 행사. 그것들을 모두 은혜 가운데 마친 이 시점에서, 문득 한 말씀이 생각난다.

  씨 뿌리는 자는 거둘 것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뿌린다는 것.

  나는 오늘, 씨 뿌린 자가 되었다. 거두는 일은 그 때가 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게 맡겨진 일은 다 했다. 이제 때가 된 열매들을 낫들고 거둘 것이다. 마음을 만지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더 이상 내가 할 것이 없다. 내가 그들을 감동시킬 것도 아니요, 내가 설득할 것도 아니다.
  농부는 씨가 자라나게끔 직접적으로 해주는 것이, 사실, 없다. 그저 간접적으로 환경만 좋게 만들어 줄 뿐이다. 키우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때가 되면 거두리로다.

  내 마음 속에 즐거움이 넘친다. 너무너무 의미있고 행복한 성탄절을 보냈다. 참 감사하다.


  ps. 그냥 손가는데로 쓰다보니 좀 정신없는 글이 된것같지만, 뭐 상관없다. 어쨌건 이글을 쓰는 것은 그저 오늘 같은 날에 무언가를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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